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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애증의 나들이

찌는 날, 비오는 날에도 외출 강행


육아를 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들은 지루함과 피곤의 연속이다.
반복되는 돌밥돌밥과 치우고 치워도 전혀 깨끗하지 않은 집을 보면 기분전환 겸 야외나 쇼핑몰에 가서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고 나 또한 힐링을 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현실은 집안에 있을 때보다 더 처참해질 때가 많았다.
내가 미쳤다고 밖에 나와서 이 험한 꼴을 봐야 하다니 다시는 외출하나 봐라고 다짐하지만 이틀만 지나도 다시 외출을 꿈꾸며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핫플레이스들을 검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어떠한가.
예쁜 원피스를 입은 아이와 날씬한 엄마들이 여유롭게 힐링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 한번 없던 용기가 생긴다.
두 남매의 육아 10년 차.
지금은 야외에 나가서 조금은 힐링도 하고 여유를 부려볼 수도 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시간을 보내고 어떤 행동이 위험한 행동인지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 어린아이들과 외출 나온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짜증에 진땀을 빼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의 작은 팁을 나누어 보자면 이러하다.

1. 어렸을 때는 굳이 외출 계획을 전날 이야기하지 않는다.
서너 살 아이에게도 외출은 설레는 일이다.
전날 밤 "아꿍아~우리 내일 바다에 갈 거다. 신나겠지? 그러니까 빨리 자자."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우리들도 어린 시절 소풍 전날 잠을 설친 기억이 있을 거다.
잠을 설친 아이들은 다음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쉽게 지치거나 짜증을 낼 수도 있으니 어렸을 적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외출 계획을 알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2. 가방은 최대한 단출하게 싸자.
육아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아이 먹을 거 갈아입을 옷가지들을 챙기다 보면 한두 시간 외출에도 가방은 떠질 듯 꽉 찬다. 아이도 챙겨야 되고 가방까지 챙겨야 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다.
특히 첫째를 키울 때는 엄청 큰 기저귀 가방과 신랑 백팩에 꽉꽉 짐을 채워서 나와야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둘째를 키우다 보니 굳이 그럴 일이 아니었다.
물론 바닷가를 가거나 캠핑을 가게 되면 아직도 챙겨야 할 것들이 많겠지만
한두 시간의 외출이라면 그냥 아무것도 안 가지고 나서는 게 제일이다.
핸드폰, 물티슈 작은 거 하나면 끝이다. 작은 핸드백에 그것만 넣어서 나선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필요한 게 있으면 편의점에 가서 하나 사면 그만이다.
편의점 가격표를 보면 집에 있는 물과 음료수 과자들이 생각이 나긴 하지만 편의점에서 당장 필요한 것들을 고르고 구입하는 그것도 힐링이 되더라. 아이와 함께 지금 당장 마실 시원한 음료수를 골라서 마시고 쓰레기는 거기서 버리고 다시 손을 잡고 걷는다. 가방만 줄여도 짜증도 같이 줄어드는 것 같다.

3. 아침 일찍 움직인다.
주로 마음먹고 하는 외출은 남편과 함께 주말에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과 외출 계획이 있다면 주말엔 늦잠을 자야지 하는 마음은 일단 접어둬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가장 에너지가 가득으로 충전되어 있는 시간은 아침시간이다.
아이들의 기분이 오늘의 나들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침 일찍 나서는 것을 추천한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좋은 점이 또 있다. 차도 덜 막히고 주차공간도 여유롭다.
우리 부부는 주말 아침 일어나면 아직 잠에서 덜 깬 아이들을 옷도 갈아입히지 않고 차에 태웠다.
한두 시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면 자고 있는 아이를 살짝 차에 태우는 것도 좋다.
흔들거리는 차 안에서 더 잘 자는 아이들.
눈을 뜨면 바로 앞이 오늘의 나들이할 곳이면 아이들은 마치 계속해서 꿈을 꾸듯이 행복한 표정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잠옷을 입고 있으면 어떤가 마치 이곳이 우리 집 마당이라도 되듯이 잠옷을 입고 놀다가 집에서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는다. 남편과 나는 차를 타고 오는 길에 간단하게 빵집에 들러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 먹고 아이들 것도 준비했다.
어떤 날은 김밥을 테이크 아웃하기도 한다.
나들이하는데 집에서 도시락을 싼다고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이다.

4. 일찍 돌아온다.
아이들은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다고 한다.
조금만 더 있다 가자고 조른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나면 졸린다.
아이들은 졸린 느낌을 정말 힘들어한다. 짜증을 내거나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그러면 우리는 또 왜 이러니 좋은 곳에 와서 잘 놀고 왜 짜증이니 하면서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진다.
가장 좋을 때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이 제일 좋았다.
그러면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이번 외출은 참 좋았다. 다음에 또 오자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일찍 침대에 눕혀놓고 정리를 하면 아직도 저녁식사 시간 전이다.
여유롭게 저녁을 준비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좋았던 것들을 다시 이야기한다.
이렇게 완벽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5. 외출 전날 빨래와 청소는 미리 해둔다.
결혼 생활 15년 차.
남편과 나는 여행 전 여행가방 꾸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여행 전 날 빨래하기와 청소하는 것에 늘 동의해왔다.
깔끔하게 정리되어진 집과 깨끗한 옷가지들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집보다 더 좋은 곳이 없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도 늘 외출 전날에는 빨랫감을 다 해치우고, 외출 하기 직전에는 침대 위와 식탁 위를 정리하고 나온다. 아무리 바빠도 침대 정리와 식탁 정리만 마치면 외출 후 돌아왔을 때 집이 주는 코지 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외출이 즐거운 요즘.
아이들이 조금만 더 커도 부모보다 친구를 찾는다고 하는데 곧 10대가 되는 첫째에게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야 될 거 같다.
시간은 정말 빨리 흐르고 흐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무럭무럭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함과 아쉬움이 함께 교차한다.
오늘 하루 좋은 하루가 되길...